건강기능식품 먹고 100명 입원? 붉은 누룩의 정체

 

 

최근 일본의 대형제약사 고바야시제약에서 만든 붉은 누룩(=홍국)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환자가 속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회사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가 판매한 붉은 누룩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26명이 신장질환을 일으켰다고 밝히며, 4명의 사망 소식과 100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또한, 붉은 누룩을 원료로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도 일제히 제품 회수에 나섰다. 주류 기업 다카라 주조의 '송죽매 시라타케쿠라 미오 프리미엄 로즈’, 기분 식품의 오징어젓갈 제품, 마메후쿠의 '새우 소금 아몬드'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리콜을 발표하는 일본 업체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처럼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퍼트리는 '붉은 누룩'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번 글을 통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붉은 누룩에 대하여


붉은 누룩이란 쌀 등 곡류에 곰팡이 일종인 붉은 누룩균을 번식시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콜레스테롤 분해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지며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각종 음료, 과자, 조미료, 주류 등 다양한 제품에 첨가 및 가공하여 판매해 왔다. 실제로 붉은 누룩이 들어간 제품군을 다루는 기업만 해도 52곳에 달한다 하니, 그 규모와 이용량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붉은 누룩의 효능


붉은 누룩은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이다. 붉은 누룩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여 항산화 및 항염증 특성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효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쌀을 붉은 누룩으로 발효하는 과정에서 모나콜린K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발효 과정에서 신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시트리닌이라는 독성 물질 또한 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붉은 누룩과 관련한 건강기능식품의 시트리닌 함량 기준치를 0.0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붉은 누룩의 대규모 피해 사례


그렇다면 이 시트리닌 때문에 이와 같은 대규모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일까? 고바야시제약이 의뢰한 성분 분석 결과 판매했던 붉은 누룩 건강보조식품에서 시트리닌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 일부 원료에 의도치 않은 성분이 섞였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이면서 현재 소비자청은 고바야시제약에 성분 안전성을 재검증해 보고할 것을 명령했다.

붉은 누룩에 들어있는 기능성 원료 모나콜린K는 사실 로바스타틴이라는 고지혈증 치료제 성분과 동일한 것이다. 보통 약이라고 하면 부작용을 걱정하고, 천연 식품이라고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스타틴과 같은 고지혈증 치료제보다 붉은 누룩 건강보조식품에 숨은 위험성이 더 많다. 이런 식품군들은 첨가되는 용량의 편차가 크기도 하고, 제품을 다른 제조사로 바꿔 섭취할 경우 기능성 물질 함량이 낮거나 높아져서 섭취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번처럼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 독성물질 등에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모나콜린K를 잘못 먹으나, 스타틴을 잘못 먹으나 동일한 근육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에 약 대신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부작용이나 독성 문제에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건강기능식품 구매 및 섭취 시 주의사항


과연 그러면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을 어떻게 고르고 구매해야 하는가?

첫째. 이 제품이 내게 꼭 필요한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제품인지 따져본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된 기능성만을 표시할 수 있기에, 제품을 구매하기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둘째. 설명서에 적힌 섭취량과 섭취방법을 지킨다.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식품과 달리 섭취량과 섭취방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더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기능성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므로, 적정량과 적정방법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여러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한 번에 섭취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에는 많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어, 여러 제품을 동시에 섭취할 경우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 몸에서 각각의 성분들이 섞여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넷째.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 의사와 먼저 상담한다. 특정 질환으로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건강기능식품 섭취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과 함께 사용했을 때 일부는 의약품의 효능이 저해되거나 영양소 결핍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