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7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자살률은 약 40% 증가했다. 11분마다 한 명씩 세상을 떠나는 셈이다. 부유한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은 현재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 역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으며,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서도 평균 2배가량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쉬운 답은 없다. 이런 죽음을 막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까다로우며 별다른 특효약도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와 관련해 학계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언뜻 봐서는 전혀 연관성 없는 '대기질 개선'이 자살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기 오염도 증가와 자살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가 여럿 나오게 되면서 이 학설은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환경 문제와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2021년, 예일대학교 교수의 연구팀은 대기 오염과 자살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18개의 연구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특정한 환경 요인과 자살 위험 증가에 유의미한 연관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나무 화덕과 산불에서 나오는 물질, 건설 먼지 등이 그 요인에 속했다. 또한 산업시설이나 화석 연소 과정, 일부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가 자살 위험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3일간 자살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리뷰는 사람이 장기간 대기 오염에 노출되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가설도 지지했다. 국립경제연구국에서 진행한 미국 데이터 분석에서도 미세먼지가 1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일간 자살률이 최대 0.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오염이 자살률을 높이는 이유

대기오염이 인체학적으로 자살 욕구를 일으킨다는 확실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추정하기로는, 폐로 유입되는 대기 중 유해물질이 혈류와 뇌로 가는 산소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 실제로도 인지 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자살과 연관 지어 생각했을 때 연구자들은 대기 중 유해물질이 뇌에 염증을 일으키고 세로토닌이 결핍을 촉진시켜 스트레스 반응 경로를 방해해, 우울한 심리 상태에서 나오는 행동과 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오염된 공기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브레인 포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 물질 말고도 다른 환경적 요인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 교수와 동료들은 자살과 고온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더운 날과 자살률 증가 사이에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기온이 7℃ 상승하면 자살률이 9%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많이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오염이 급증할 수 있고, 사람들은 더운 날 창문을 열어 환기하므로 이때 대기 오염을 흡입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우리의 자세

오염된 대기 속에서 지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 오염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 이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살률을 낮추려면 우선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의 다양한 개입이 필요하다. 환경오염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며, 동시에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자살과 대기오염의 연관성을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되면 공기의 질이 나빠질 때 대중에게 정확한 조치방법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경오염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강조할 수 있을 테니 경고와 경각심을 심어주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