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외상이나 질환이 생기면 무조건 병원을 찾기보다는 일단 집에서 할 수 있는 처치법이나 평소 알던 민간요법을 시도해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여긴 민간요법이 효과가 없거나 되려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민간요법, 어떤 것들이 잘못 됐을까? 인제대 강재헌 가정의학과 교수와 함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민간요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급체했을 땐 사이다? 손 따기?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급체'라는 용어는 전문 의학용어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뱃속이 가득 차 불편한 느낌이 드는 현상을 급체라고 하지만 정확한 의학용어는 '소화불량'이다. 소화불량을 해소하기 위해 바늘로 손을 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손을 따는 것은 플라세보 효과 외에는 어떤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트림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증상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장을 자극하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소화불량에는 물기가 많은 음식 섭취가 좋으며 구토가 설사가 동반된 경우에는 보리차나 죽을 먹으면서 증상 완화를 기다려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진경제, 위장관운동 촉진제, 제산제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2. 코피가 날 때는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한다?
코피가 나면 피가 아래로 계속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대처법이다. 이 자세를 취하면 코피가 목 뒤로 넘어가서 구토나 심할 경우에는 질식 위험이 있다. 일단 코피가 나면 고개를 앞으로 숙인다. 이후 손가락으로 코를 강하게 압박하거나, 솜이 있다면 코 안에 넣어 지혈을 해야 한다. 그래도 코피가 멎지 않는다면 반드시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화상을 입었을 땐 소주가 좋다?
화상 부위에 소주를 부으면 오히려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부종과 통증이 심해진다. 끓는 물이나 뜨거운 음식, 다리미 등으로 인해 화상을 입었다면 환부에 차가운 얼음을 갖다 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화상 부위를 차갑게 해서 통증을 줄이는 건 좋을 수 있으나 얼음이 환부에 직접 닿으면 냉기가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피부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얼음을 수건에 감싼 상태로 찜질하는 것이 좋다. 또한 화상을 입었다면 즉시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수돗물에 식혀 화상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깨끗한 거즈로 화상 부위를 덮어 2차 감염을 방지해야 한다.
4. 뇌졸중 응급환자를 마사지하면 호전된다?
뇌졸중 응급환자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행위는 의학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주변에 뇌졸중 발생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 즉시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며,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5. 뱀에 물렸을 때 소주로 소독하면 좋다?
휴가철을 앞둔 가운데 특히 등산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뱀에 물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뱀에 물리면 독에 감염됐다고 생각해 소독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알코올 성분이 있는 소주를 부으면 증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뱀에 물린 부위에 소주를 부으면 독이 혈관을 타고 퍼지는 것을 오히려 더 빠르게 하기 때문에 결코 해서는 안된다. 이보다는 먼저 뱀에게 물린 부위를 재빨리 부목으로 고정해야 한다. 또한 상처 윗부분을 고무줄이나 허리띠로 약간 느슨하게 묶어 병원 이송 중에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때 환부를 너무 꽉 조이면 혈류가 돌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위와 같이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처치하면 오히려 건강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러니 평소 올바른 건강상식과 처치법을 익히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지식이든 맹신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기에, 이외 평소 알고 있는 다른 민간요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의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