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최고의 과학 성과에 비만치료제가 선정됐다.
2021년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시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굴지의 제약 대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장가치는 올해 들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유럽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노보노디스크는 공장을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는데도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TV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이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은 미국 인구의 1.7%나 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비만치료제가 각광받는 이유
당뇨병,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비만은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최대 건강 문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 수준에 도달했으며, 수백만 명이 건강한 체중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렇게 긴급한 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연구진들은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비만치료제의 인기는 특히 심각한 비만이나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는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됐다. 더욱이 앉은 채로 일상생활 대부분을 보내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쉽게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비만의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약물 요법과 같은 대체 요법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져갔다.
비만치료제의 개발과정
비만치료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을까? 비만치료제의 개념이 생기기부터 시장에 출시되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했다. 이 효능을 평가하고 입증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광범위한 전임상 연구를 진행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시험에서는 체중 감량을 촉진하는 각종 약물의 능력, 약물이 대사 매개변수에 미치는 영향, 약물 부작용의 여부 등 실로 다양한 요인을 평가했다.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사이언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량 및 건강 개선 효과에 주목하며 비만치료제를 ‘2023년 올해의 성과(2023 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반세기 이상 실패의 길만을 걸어온 비만치료제 개발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1980년대 과학자들은 당뇨병을 연구하던 중 GLP-1이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1990년대 GLP-1을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생쥐 실험을 통해 GLP-1이 쥐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모방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000년대 들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고, 노보노디스크가 새롭게 내놓은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가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체중 관리용 약물로 허가를 받으면서 비만치료제로서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만치료제의 부작용 우려
비만치료제의 잠재적 시장가치와 파급효과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능과 안전성이 완전히 보장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선 비만치료제는 기존에 이용하던 비만 관련 약물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비만치료제 사용을 결정할 때는 금전적인 상황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중에 널리 통용되는 식욕억제제나 지방분해 약물과 같은 위장 불편, 심박수 증가, 급격한 기분 변화, 두통과 같은 잠재적인 부작용이 비만치료제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사이언스에 따르면 메스꺼움이나 다른 위장 질환 증세를 보이며 치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미국 보건 당국은 오젬픽 제품에 장폐색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했고,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니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결론적으로 비만치료제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무조건 시급하게 해결하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 우선 비만치료제의 개발과정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위한 엄격한 테스트와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치료 시작 전 효율성, 비용, 잠재적인 부작용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그를 다 받아들인 후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