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어도 안전할까?

 

주방에는 요리를 도와주는 든든한 일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전자레인지만큼 각광받는 존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요리를 할 수 없거나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은인으로 대접받으며 일상 속에서 너무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 사용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논쟁거리가 있다. 과연 전자레인지 요리는 몸에 좋을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자레인지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선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음식이 영양 손실을 일으키는지, 플라스틱에 담긴 음식을 가열하면 호르몬 교란을 유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다른 우려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면 영양소가 파괴될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야채는 전자레인지로 돌릴 시에 일부 영양소가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에 브로콜리를 넣으면 브로콜리에서 플라보노이드(*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물 화합물)의 97%가 제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끓이는 것보다 3분의 1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은 브로콜리에 물을 너무 많이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플라보노이드가 더욱 감소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모든 야채에 적용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삶거나 찌는 방법으로 전자레인지에 조리한 후, 다양한 야채의 페놀릭(*건강상의 이점과 관련된 화합물) 함량을 비교 분석했다. 전자레인지로 돌리거나 찐 경우 스쿼시, 완두콩, 리크의 페놀 함량은 감소했지만 시금치, 고추, 브로콜리, 녹두에서는 감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야채마다 함유된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를 사용했을 경우 무조건 안 좋아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하며, 오히려 적당한 열처리는 일부 야채의 건강 특성을 개선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을 데우면 위험할까?

우리는 종종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는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때 프탈레이트 섭취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열에 노출되면 플라스틱 첨가제가 분해되어 식품에 침출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워싱턴 주립대학교 식품공학 박사는 "일부 플라스틱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내부에 폴리머가 포함되어 있어 전자레인지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폴리머는 더 낮은 온도에서 녹고 100℃를 넘으면 전자레인지 공정 중에 침출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기준, 음식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를 400개 이상 구매해 연구했을 때 대부분의 제품에서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화학 물질이 누출되었다. 프탈레이트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소제 중 하나로 플라스틱을 더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며 테이크아웃 용기, 플라스틱 랩 및 물병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물질은 호르몬과 대사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의 경우 프탈레이트는 혈압과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대사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데워도 안전할까?

플라스틱 용기를 피하더라도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음식이 고르지 않게 가열될 수 있음에 주의하라. 조지아 대학의 식품 안전 교수는 "음식의 단면에 따라 가열되는 온도와 부위가 달라진다."라고 얘기하면서 "특히 생식의 경우 완전히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며 조리될 수 없기에 더더욱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여 조리하는 것에 조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조리가 아닌 음식을 재가열 하는데도 잠재적인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해로운 박테리아를 죽이려면 음식 전체가 82℃가 될 때까지 가열해야 하는데, 음식이 그전에 식게 되는 경우 박테리아가 계속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음식을 여러 차례 다시 데워 섭취하는 것은 건강과 위생상으로 그다지 좋지 않다.

 

둘째, 지나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되는 것에 주의하라. 대다수의 음식은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한다고 해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리얼과 뿌리채소 등 전분 함량이 높은 일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했을 때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영양 과학 교수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감자를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것을 보고 그 감자 안에 작은 결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분석을 통해 그 결정에 화학적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아크릴아마이드가 적절한 온도에서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세포의 DNA를 방해하여 발암물질로 작용한다는 동물 연구결과가 있기에, 이는 충분히 우려할만한 점이다.

 

 

이처럼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할 때는 여러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전자레인지는 오랫동안 안전하고 든든한 주방 가전으로 여겨져 왔지만, 연구 결과만을 본다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가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호르몬을 교란시키고, 추가적으로 어떤 건강 위험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에 더더욱 평소 사용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