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양식과 가격 변동의 역사

 

캐나다 골드스트린 조립공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어 회귀 장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10월 하순부터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 떼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강물에 알을 낳은 뒤 죽어가는 연어들로 가득 차서 필드 스트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연어는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나가 다시 강으로 돌아옵니다. 바다 물길을 거슬러 강으로 오면서 비늘이 떨어지고 살이 썩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열심히 헤엄쳐 옵니다. 이런 걸 보고 북미에서는 좀비 연어 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기름기 통통하게 오른 멀쩡한 연어들도 많습니다. 알아서 강을 타고 내려 근처까지 와주다 보니까 근대 이전 사람들에게 연어는 하늘이 내려든 특식이나 다름없었죠. 회로도 먹지만 밥에도 얹어 먹고 굽거나 찌거나 길게 잘라서 국수처럼 먹기도 합니다. 알까지 싹싹 긁어서 야무지게 먹죠. 한때는 한국에서 무한 리필로 먹었던 횟감인데 지금은 꽤 비쌉니다. 가격이 널을 띄고 수입량은 점점 늘고 있죠. 한국인들은 연어를 광어와 우럭만큼 좋아하거든요. 오늘은 이 연어와 연어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번 해볼까 합니다.

연어 양식의 역사와 문제점

오늘은 '연어 가격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연어는 영어로 살몬입니다. 연어를 뜻하는 라틴어 '쌀모'에서 유래한 단어죠. 쌀모는 '뛰어오르다'라는 뜻의 살리베에서 파생됐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거든요. 연어는 태어난 강으로 다시 돌아가 회귀하는 습성이 있는 어류입니다. 산란기가 되면 수많은 연어들이 강하구로 모여들어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연어는 차가운 바다와 접한 강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라인강과 엘베강, 프랑스 이센강에서도 연어를 잡을 수 있었죠. 우리나라 동해안 강 쪽에서도 연어를 쉽게 볼 수 있었고요. 사람들이 얼마나 연어를 좋아했냐면요. 중세 영국에선 강에 함부로 보를 세우지 못하게 법으로 관리할 정도였습니다. 연어의 귀향길을 막지 말라는 거죠. 강 인근에 사는 원주민들은 잡은 연어의 뼈를 씻어서 강 하류로 떠내려 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는 어획기에 잡은 첫 연어를 백악관 식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는 조지 하버트 워크 부시 대통령 이후에 사라졌죠. 더 이상 미국에서 자연산 연어를 보기 힘들어졌거든요. 아무튼 이게 백악관에서는 꽤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연어를 대하는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1929년 행사를 준비하던 백악관 요리사가 기자들이 오기 전에 연어의 머리와 꼬리를 저도 모르게 잘라내버립니다. 기자들 앞에서 해야 할 퍼포먼스를 혼자 해버린 거죠. 당황한 요리사는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바느질이었습니다. 머리와 꼬리를 실로 꿰어서 몸통에다 붙인 거죠. 뱃속에는 솜을 넣어서 채우고요. 그 정도로 이 행사를 나름 중요하게 여겼던 겁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서부터는 연어를 점점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산업혁명으로 폐수가 무분별하게 강으로 흘러 흘러 들어갔으니까요. 20세기 초부터는 댐 건설이나 수력 발전이 본격화되면서 강의 물길이 닫혀버렸고요. 연호의 귀향길이 막혀버린 거죠.

 

북해와 발트해 등 대서양을 접한 유럽 지역에서 연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게 바로 이때부터입니다. 연어가 그나마 잡히던 지역도 있긴 했지만 이때는 다른 이유로 연어가 사라졌습니다. 바로 통조림 때문이었죠. 원래도 연어는 인기가 많은 생선이었는데 이걸 장기 보관까지 가능하게 만들다 보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연어를 찾았거든요. 안 그래도 없는 연어를 미친 듯이 잡기 시작하니까 씨가 마를 지경이었죠. 이렇게 연어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던 계절 음식에서 고급 생선이 됩니다. 그럼 양식을 하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들텐데요. 연어 양식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9세기부터 시도하긴 했거든요. 하지만 연어는 다른 생선보다 양식하기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고 또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어떻게 양식할 생각을 했겠어요. 갓 태어난 연어가 바다로 나갈 정도의 시기가 되기까지는 3년이 걸립니다. 바다에서 잘 먹고 몸집을 키우는 데는 또 3년이 걸리고요. 연어 한 마리를 먹기까지는 최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당시 어업인들이 이 연어를 어떻게 양식을 해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했겠죠.

 

우선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연어를 치어 상태까지만 키운 다음에 바다에다 방류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럼 알아서 강으로 돌아올 줄 알았거든요.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했지만 결국은 결과적으로 다 실패했습니다. 양식으로 키운 치어들은 생존력이 굉장히 낮거든요. 치어 시절에 야생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거친 바다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었던 거죠. 살아남는다 해도 바다에서 강으로 물길을 역으로 타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이 필요한데요. 양식 연어는 그럴 힘이 없는 겁니다. 자연산 연어조차도 이 과정에서 죽을 때가 많은데 양식 연어는 더 살아남기 힘든 거죠. 그런데 이 연어 양식을 제대로 성공시킨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입니다. 지금도 연어 5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실패했던 연어 양식을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걸까요?

 

노르웨이 연어 양식의 성공 비결

1969년 노르웨이 해안에서 엄청난 규모의 유전이 발견됩니다. 덕분에 노르웨이는 큰돈을 벌고 이 돈으로 낙후된 노르웨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연어 양식 산업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치어만 방류해서 되는 게 아니란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양식으로 키운 치어는 생존력이 낮으니까 아예 바다에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어서 키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이렇게 키워보니까 정말 연어가 건강하게 자라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가두리 양식을 본격적으로 해보니까 어부 한두 명이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던 겁니다. 노르웨이 기업들은 여러 양식장을 인수해서 체계적인 연어 양식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죠. 재미있는 건 이때 양식된 연어의 살이 흰색이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어는 주황색 살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건 연어가 새우나 크릴 같은 갑각류를 주로 먹고 크기 때문입니다. 갑각류에는 아스타잔 등이 연어에 근육을 붉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바다에서 양식된 연어는 갑각류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새우나 크릴은 주로 강가에 살거든요. 때문에 연어살이 흰색으로 바뀐 겁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처음에 이걸 상아색 연어라고 광고를 했죠.

 

그리고 결국 노르웨이 양식업자들은 효모와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아스트라잔틴을 추출한 뒤에 사료에 섞어서 먹이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 연어의 주황빛 색깔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죠. 이게 사실 연어 사료의 원료 중에서도 가장 비싼 성분입니다. 근데 나중에 이상한 루머가 돌죠. 자연산 연어는 원래 흰색인데 맛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양식 연어에 색소를 주입했다더라. 이렇게 노르웨이가 연어 양식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킵니다. 심지어 태평양 지역 양식장에서도 노르웨이의 대서양 연어를 가지고 와서 양식할 정도였죠. 이런 걸 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나온 연어는 산지만 다를 뿐 거의 다 노르웨이 연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1997년에는 양식 연어의 생산량이 자연산보다 더 많아졌고 연어는 다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생선이 됐죠.

 

 

가격 상승과 양식 산업의 위기

하지만 연어 가격은 머지않아서 다시 오르게 됩니다. 연어 양식의 투자비가 점점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말씀드렸듯이 양식 연어는 자연산에 비해서 생존율이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양식장에 연어가 굉장히 많잖아요. 연어들이 양식성을 탈출하고 자연산 연어와 번식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자연산 연어들도 생존력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자연산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양식 연어의 탈출을 막아야죠. 가장 쉬운 방법은 양식장 금호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였습니다. 방탄복에 쓰이는 케블라 섬유로 양식장 문을 만들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나 싶었는데요. 다른 문제가 터졌죠. 좁은 공간에서 연어를 밀집해서 키우다 보니까 기생충이 연어 피부에 자꾸 달라붙는 거예요. 이게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폐사하는 연어들도 많았죠. 이걸 해결하기 위해 기생충만 골라 먹는 로르웨이 토종 놀래기를 양식해서 투입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니 이젠 사료가 문제가 됐어요. 기존의 사료들은 잡어들을 분수해서 만든 어육사료였는데요. 이게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대체품으로 콩 단백질로 만든 사료를 개발했죠. 또 최근에는 해초를 이용한 단백질 사료를 개발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늘어난 연구 비용은 자연스럽게 연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2015년쯤부터 뜬금없이 대학가의 연어 무한리필집들이 엄청 들어서기 시작했죠. 연어 가격이 다시 폭락했기 때문이에요. 이유는 러시아에 있었죠.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시키는데요. 이때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했거든요.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나라가 아니죠. 보복하겠다고 유럽 농수축산물의 수입을 다 막아버립니다. 이게 노르웨이산 연어까지 불똥이 튀었어요. 노르웨이산 연어를 가장 많이 사 먹는 곳이 러시아였거든요. 하루 아침에 증발해 버린 큰손 러시아 때문에 이 많은 연어들은 갈 곳을 잃어버렸죠. 2014년 1kg당 8달러였던 연어는 2015년에 5달러로 폭락합니다. 노르웨이는 이 연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막 굴렸겠죠. 이때 노르웨이 눈에 걸린 게 바로 아시아 시장이었습니다. 이때 한국의 연어가 엄청나게 싸게 들어왔던 겁니다.

 

한국 수입으로 인한 가격 변동

그리고 누군가 이걸 가지고 사업 아이디어를 냈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인데다가 가격이 엄청 저렴하니, 연어 무한리필 식당을 우후죽순 운영하기 시작한 겁니다. 2013년까지 국내 연어 수입량은 1만 8000톤인데요. 2014년엔 2만 5000톤, 2015년엔 3만 1000톤으로 급증합니다. 그래서 이 저렴한 연어 가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노르웨이 연어를 많이 수입하기도 했고 러시아에서도 우회적으로 수입을 늘렸거든요. 공백난이 해결되니까 연어 가격은 원상복귀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오르게 됐죠. 연어 무한리필집들은 연어 공급에 부담을 느끼게 됐고요.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무한리필 식당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연어를 찾아 먹습니다. 비싸졌을 뿐이지 맛이 없어진 게 아니거든요. 현재 연어 산지 가격이 최고 10달러까지 오르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연어 소비는 늘고 있죠. 2022년에만 무려 7만 8000톤을 수입해 먹었거든요. 연어 값이 헐값이던 2015년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 거죠. 연어는 이렇게 국민 생선이 됩니다.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굳거나 쪄서 먹어도 맛있죠.

 

늑질이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에게도 인기고요. 하지만 지금 연어 양식장의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점점 오르면서 집단 폐사하는 연어가 늘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앞으로 연어는 점차 귀한 생선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제발 그런 날만큼은 오지 않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