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한 감자의 역사

신이 내린 작물이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밀, 쌀, 옥수수, 그리고 감자. 하지만 감자만큼 푸대접 받은 작물도 없죠. 과거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군인이 먹는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감자를 두려워하기도 했었어요. 생김새 때문에 꺼림칙하다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유럽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병에 걸린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고요. 감자는 왜 이렇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걸까요? 사실 감자는 많은 사람들을 살린 가성비 작물입니다. 감자는 인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늘은 신이 내린 열매, 감자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신의 작물인 이유

감자 이야기는 페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페루는 잉카 제국의 종주국이었습니다. 잉카 제국은 콜럼버스의 항해 직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제국이었죠. 하지만 반대로 굉장히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토지의 비율이 3%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이런 땅에서 거대한 제국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감자에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은 감자의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죠. 때문에 고작 3%의 농경지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어요.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감자를 신의 작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감자의 79%는 수분, 나머지는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도 풍부하기 때문에 완전 식품에 가까운 작물입니다. 누군가는 탄수화물 덩어리나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멀리하지만 버터나 치즈를 왕창 넣고 튀기지만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이렇게 영양소가 풍부한 데다가 심지어 아무 데서나 잘 자랍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나라에서 감자를 키우고 있고요. 또 생산량도 높고 보강 기간도 깁니다.

 

역사와 오해

감자를 활용한 요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질릴 틈도 없죠. 유럽의 기록에 감자가 처음 등장한 게 1537년입니다. 현지인들이 트러플과 비슷한 작물을 재배하고 먹는 걸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감자로 추정되고요. 트러플과 감자 모두 땅속에서 자라고 또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자를 즐겨 먹는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감자는 좀 이상한 작물이었거든요. 성경에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탄의 음식이라고도 불렸죠. 또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감자는 지금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좀 더 야생에 가까운 형태였죠. 빨강색, 검정색, 자주색 색깔도 다양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감자를 보고 한센병 환자의 손발의 생김새를 떠올렸습니다. 때문에 이걸 먹으면 한센병에 걸릴 거라는 루머가 돌았던 거예요. 이래서 감자는 땅에서 굳이 캐서 찾아 먹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어 왔죠.

 

감자를 먹기 시작한 이유

그럼 언제부터 유럽인들은 감자를 많이 먹었을까요? 결정적인 이유는 전쟁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감자가 확산되던 시기인 17세기와 18세기 당시 유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군인들 밥을 전부 배급해 주지 않았습니다. 운송 기술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고, 배급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근처 마을에서 식량을 사 먹거나 농민들에게서 뺏어먹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감자를 키웠던 농가들은 그나마 감자를 먹고 살 수 있었죠. 감자는 땅속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으니 군인들이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민간인들은 감자를 많이 키워먹었습니다.

 

전쟁과는 상관없이 일찍부터 감자를 먹은 지역도 있습니다. 아일랜드가 대표적이죠.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는 늘 빈곤과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아일랜드 사람의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였는데요. 스프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 신앙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고, 물고기도 함부로 잡지 못하게 합니다. 오로지 감자를 넣은 밥만 허락되었죠. 이러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년 내내 감자와 유제품을 주식으로 먹었는데요. 이게 오히려 건강식단에 가까웠기 때문에 출산율이 계속 오를 정도였어요. 이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아기를 낳아도 영양실조로 많이 죽었는데요. 아일랜드에선 감자를 갈아서 버터 밀크와 섞은 이유식을 주로 먹였기 때문에 영아 사망률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인구는 계속해서 늘었죠. 말 그대로 아일랜드인들을 먹여 살린 건 감자였습니다.

 

감자의 세계적 확산

16세기 이후 유럽의 항해사들은 꼭 감자를 배에 싣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감자를 심었죠. 감자는 이런 식으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으로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청나라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죠. 감자는 웬만한 나라에서는 다 잘 자랍니다. 보관도 편하고요. 이런 점 때문에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화성에 갈 때 가져가야 할 식품으로 감자가 주목받았죠. 이게 정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뱃사람들 통해서 감자가 세계로 전파된 것처럼 앞으로는 우주인을 통해서 새로운 인류의 터전에 감자가 전파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은 감자는 정말 인류의 역사극 자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