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한국 과자를 먹고 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일 겁니다. 왜 이렇게 달아? 미국에서 판매되는 감자칩이나 치토스 먹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짭니다. 미국 과자 중에서는 이렇게 짠맛이 나는 과자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오늘 알아볼 것은 한 번 먹으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과자, 프링글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탄생과 문제점
프링글스는 1968년에 처음 출시됐는데요. 제품 기획은 1956년부터 시작했어요. 출시까지 12년이나 걸린 셈이죠.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지금은 프링글스를 캘로그가 팔고 있지만 맨 처음 프링글스를 만든 곳은 피앤지입니다. 피앤지는 면도기나 페브리즈 같은 방향제를 파는 소비재 판매 기업인데요. 이 기업이 당시에는 감자칩 산업에서 쓰이는 튀김용 기름을 만드는 걸로 유명했어요. 감자칩용 기름을 만드니까 이 기회 우리가 감자칩도 만들자. 회사에서는 그렇게 결정을 한 거죠.
그런데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감자칩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첫 번째, 너무 기름졌어요. 이 기름 때문에 감자칩은 더 빨리 산화되어 맛이 금방 떨어졌죠. 두 번째, 잘 부서졌습니다. 감자칩이 워낙 얇고 충격에 약하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쉽게 부서지는 거죠. 사람들이 맡았을 때는 이미 가루가 된 감자칩을 받게 되는 거예요. 이 문제는 80년대의 감자칩 질소 충전 포장법이 도입되면서 해결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질소 충전법이 도입되기 전이었고, 피앤지에서는 감자칩을 팔기 위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프링글스의 위기
이때 피앤지의 화학자 프레드릭 바우와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죠. '감자칩을 쌓아서 팔면 어떨까?' 그런데 감자칩을 똑같은 모양으로 쌓아서 팔려면 생감자칩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피앤지는 감자에 전분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고, 쌓기 쉽게 모양을 만든 거예요. 프링글스 과자 모양을 '쌍곡 포물면'이라고 합니다. 피앤지는 원통형 용기 안에 감자칩을 쌓는 방식으로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담아두면 부서질 일이 거의 없겠죠. 그러니까 프링글스의 상징인 과자 모양과 용기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등장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링글스 프로젝트는 중단됩니다. 결정적으로, 맛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흔한 갑자칩들은 생감자를 튀기고 담는 게 다였어요. 근데 프링글스는 감자 전분에 향신료까지 더해야 하니까 최적의 재료 배합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았던 거죠. 그러니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프링글스가 출시되기까지 1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던 겁니다.
우여곡절 끝 프링글스를 출시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크지 않았습니다. 판매량이 적으니까 피앤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고민도 해요. 이렇게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1980년대 과자를 리뉴얼하면서 한 번 인기를 얻습니다. 이때 나왔던 광고도 크게 흥행하면서 인지도도 얻었고요. 근데 이게 전분을 섞은 감자칩이다 보니 주변 경쟁 업체들로부터 견제를 받습니다. "감자 함유량이 50%도 안 되고 모양도 다른데 이게 무슨 감자칩이냐"라고 하는 거죠. 심지어 FDA도 가세합니다. 프링글스가 '칩'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막아버린 거예요. 지금도 프링글스 용기에는 '포테이토 칩스'가 아닌 '포테이토 크립스'라고 쓰여있습니다.
성장과 성공
아무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프링글스는 잘 팔렸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부터는 도리토스처럼 다양한 맛을 출시했고 세계적인 과자로 거듭났거든요.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이미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섰고요. 여러차례 위기가 찾아왔지만 굴하지 않고 성장하며, 끝내 성공한 것이죠. 하지만 2010년대 초반에 피앤지가 대대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면서 프링글스는 다른 기업에 팔리게 됩니다. 바로 농심 켈로그죠. 덕분에 우리는 현재까지도 프링글스 칩을 먹으며 중독적인 짠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사실 프링글스에는 MSG 조미료가 들어간다는 것을요. 이 때문에 감칠맛 넘치는 감자칩의 짠맛을 계속 느끼고 싶은 거죠.
저도 오늘은 이 프링글스를 깔아놓고 영화 한 편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중독성 강한 감자칩, 프링글스의 역사와 성공 스토리를 알게되니 어떠신가요? 다음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