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왜 유럽에서 '희귀 음식'이 됐을까

 

한국은 굴이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사면 굉장히 싸게 살 수 있거든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굴 가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국가에서는 굴을 개당으로 가격을 매겨 팔고 있거든요. 오늘은 이 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특히 서양에서 굴은 언제부터 귀한 대접을 받게 됐고, 한국의 굴이 저렴한 이유는 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드릴까 합니다. 

 

유럽의 굴 시장과 귀족들의 선호도

굴은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강 하구 근처 조류가 풍부한 바다이기만 하면 어디서든 잘 자라거든요. 이 굴을 특히나 좋아했던 건 유럽인들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은 해산물을 날로 먹는 문화가 없지만 굴만은 예외였죠. 굴은 다른 해산물과는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물 밖으로 꺼내면 죽고 난 뒤에 빠르게 부패합니다. 하지만 굴은 껍질만 까지 않으면 3일 정도는 살아 있죠. 또 기생충 문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굴은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먹으면서 자라기 때문이죠.

 

유럽에서도 특히 로마인들이 굴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당시 굴은 가난한 사람들도 쉽게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저렴했고 채집도 쉬웠거든요. 17세기 들어서는 네덜란드인들도 굴맛에 눈을 뜹니다. 유럽의 무역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굴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죠. 실제로 당시 네덜란드 화가들은 식탁 그림을 그릴 땐 꼭 굴을 그릴 정도였어요. 18세기 뉴욕에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은 1년 내내 굴과 빵만 먹고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얼음이 유행하고 타바스코, 핫소스가 등장하면서부터 굴의 인기는 더욱 치솟게 됐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와 영국, 미국은 굴 천국이었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서구 국가에서 굴이 비싸지게 된 사건이 이때부터 벌어지죠.

 

굴 채취와 수질오염의 관계

더 많은 굴을 채취하기 위해 영국에선 쌍글이라고 하는 저위망 어업을 시작했는데요. 이건 커다란 그물을 바다 밑바닥에 깔아 훑고 다니면서 굴을 채취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양의 굴을 수확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채취방식이 환경을 파괴시킨다는 겁니다. 너무 많이 채취하다 보니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 거죠. 당연히 굴은 서서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수질오염이죠. 굴이 많이 나는 템즈강 하구와 프랑스 북부 지역은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주변으로 공장들이 많이 생기고 무분별하게 하수와 폐수가 배출되면서 수질이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오염수는 강을 통해 굴이 자라는 하구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굴도 오염되죠. 이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이 바로 굴의 도시인 뉴욕이었습니다. 동시에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창궐했죠.

 

굴이 최고급 식재료가 된 이유

오염된 굴을 먹게 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굴을 찾지 않게 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굴 수요가 반토막이 날 정도였고 영국과 프랑스의 굴 양식장들도 대거 폐쇄됩니다. 뉴욕도 마찬가지예요. 이후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균과 오염을 더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깨끗한 굴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굴 가격은 상승하고 그만큼 귀한 대접, 최고급 식재료 취급을 받게 된 겁니다. 양식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 오염에서 자유로운 깨끗한 지역을 찾는 것도 일이 이거든요.

 

이때부터 주목받았던 게 바로 한국과 일본에서 자라는 태평양 굴입니다. 태평양 굴은 비교적 질병에 강하고 적응력도 좋습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잘 자라죠. 실제로 현재 프랑스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굴의 90% 이상이 태평양 굴일 정도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굴이 저렴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만큼 굴에 크게 열광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굴이 무자비하게 소비되기 전에 현대 양식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죠. 두 번째는 국내 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영과 남해의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양식하기에 좋은 기후와 환경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곳은 대도시 인근도 아니고 주요 공업 지역과도 거리가 멉니다. 덕분에 깨끗한 환경에서 굴이 자랄 수 있게 됐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죠.

 

때문에 그동안 최고급 식재료인 줄만 알았던 굴이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는 걸 본 유럽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싸고, 깔끔하고, 맛 좋은 '희귀 음식' 굴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 애정에서 나오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